랜달 개릿, 나폴리 특급 살인

귀족 탐정 다아시 경 시리즈 중 마지막 중·단편집인 <나폴리 특급 살인>입니다. 반 다인 선생님, 딕슨 카 선생님도 말했듯, 추리 소설의 세계에서는 마술이나 초자연적인 힘을 끌어들이는 것이 금기 중의 금기인데요 - 그런 점에서 다아시 경 시리즈는 변격 미스터리라고 불러도 될 것 같습니다. 마술사, 치료술사가 존재하는 가상의 나라가 배경이니까요 :) 다아시 경 시리즈에서 '왓슨' 역할을 하고 있는 게 바로 마스터급 마술사 (제 눈에는 자꾸 미스터 손으로 보이는) 마스터 숀인데요. 마스터 숀은 다아시 경을 따라다니며 마법으로 현장을 보존하거나 사건 당시의 상황을 재연하는 등 여러모로 도움을 주는 아주 기특한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다아시 경 시리즈의 트릭이나 추리를 보면, 고전 미스터리의 규칙과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썩 괜찮은 추리소설임을 알 수 있습니다. 탐정이 마술사의 도움을 받긴 하지만 '마법 과학'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작품의 재미를 더하기 위한 양념일 뿐, 범죄나 추리에 마법이 직접적으로 쓰이고 있지는 않거든요. 밀실 살인, 불가능 범죄 등 추리소설 팬을 설레게 하는 소재가 등장하는데, 마법으로 밀실을 만들었다거나 마법으로 사람을 죽였다고 하지는 않으니 반 다인 선생님, 딕슨 카 선생님도 큰 불만은 없으실듯.

중력의 문제
들 라 벡생 백작 질베르 경이 '붉은 탑' 꼭대기의 개인 실험실에서 떨어져 죽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백작 자신이 죽기 얼마 전 빗장을 질러 만든 밀실에서 누가, 어떻게 백작을 밀어 떨어뜨린 것일까요. 밀실 살인이지만 트릭은 그닥 대단하지 않고요. 어느 정도의 추리력만 갖춘 독자라면 쉽게 맞출 수 있습니다.

비터 엔드
파리의 어느 바에서 맥주를 홀짝이던 마스터 숀. 고개를 숙이고 양손에 신문을 든 채로 죽어 있는 독살 시체와 만나게 됩니다. 이 사건을 추리하려면 어느 정도 마법 지식이 필요해요.

입스위치의 비밀
해변가에서 한 남자의 시체가 발견됩니다. 그런데 이 시체 주변의 모래에는 발자국이 전혀 없어 초반부터 불가능 범죄의 냄새가 풍기는데요. 사실 이 불가능 범죄를 해결하는 것보다 영불 제국이 폴란드의 비밀 조직 세르카에게 빼앗긴 '입스위치 파이얼'이라는 비밀 약병의 행방을 찾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불가능 범죄는 곁들이라고나 할까요... 스파이물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저에게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작품.

열여섯개의 열쇠
중요한 서류를 찾으러 갔던 복스홀 경이 밀실에서 시체로 발견됩니다. 복스홀 경의 죽음에 얽힌 수수께끼, 그리고 문제의 서류를 찾아내는 것이 다아시 경에게 주어진 임무인데요. 사건 자체보다는 이 사건에 관련된 마법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 더 재미있었습니다 :) 물론 교고쿠도처럼 길게 설명하지는 않으니 안심하셔도 좋아요;

나폴리 특급 살인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패러디한 작품입니다. 흉기나 캐릭터 등 세부적인 설정은 바뀌었지만, 사건의 기본 뼈대는 오리엔트 특급과 똑같습니다. 다아시 경 버젼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보는 것 같아 꽤 재미있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포와로의 추리가 더 좋더라고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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